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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묘향산
작성일 2006-06-15 (목) 20:17
ㆍ추천: 0  ㆍ조회: 4854    
ㆍIP: 203.xxx.72
육식-채식-소식-단식-죽음-평화
TN의 앵두님 글에 이끌려 이곳에 이르릅니다.

문득 여기에서 귀한 말씀과 맞닥뜨리니니 아연 놀랍고 한편 고맙습니다.
마침 얼마전 모 사이트에서 적은 제 댓글이 여기에 어울릴 양 싶어
잠깐 덧 옮겨 봅니다.

아울러 귀 사이트의 무궁한 발전과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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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작성일 : 2006년6월11일 15시31분

육식-채식-소식-단식-죽음-평화.

이 일련의 고리들을 맘속으로 쫓아간 적이 있었다.

육식이란 뭣인가 ?
마트에 가면 랩으로 얌전히 포장된 음식이 마치 매끄러운 공산품처럼 진열되어 있다.
바로 얼마전 좁은 울타리에 갇혀 신음하던 그들의 간난신고, 한 많은 삷은 한 점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채, 인간의 야만적 폭력과 경제적 탐욕 속에 기술적으로 은폐되어 있다.
한 때 그들 핏줄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고개 들어 하늘 보며 프르르 물푸레질을 하던 저 순하디 순한 눈동자를 가진 그들을 기억해낼 수 있는가 ?
육식하며 입안에 가득 고이는 침이란 결국 이들의 짓밟힌 생명의 생생한 알리바이인 것.
진실로 이 현장을 정직하게 증언하는 자라면 차마 육식을 할 수 없음이다.

채식은 육식의 반성으로부터 출발되었거나, 아니면 첫 출발이었거나 일견 심적으론 부담이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런가 ?
"동물해방"이란 불후의 명작을 써낸 피터싱어는 음식으로 가능한 것은 그 질료가 고통을 느끼지 않은 것을 기준으로 선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식물엔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보통 채식주의자를 비난하는 육식주의자들은 식물이라고 고통이 없다는 것을 어찌 보장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식물이 고통이 있고 없고를 떠나, 생명 기준으로 보고 싶다.
한 생명이 생명 가진 타자를 먹거리로 하지 못하면 삶을 지속할 수 없는 현실.
문제는 이게 아닐까 ?
만약 생명을 넘어 무생명까지 의식의 지평을 확대한다면 ?
바위, 구름, 안개....

자이나교도의 경우 물을 먹을 때, 촘촘히 짜여진 천으로 걸러 먹는다.
혹 물 속에 있을줄 모르는 벌레를 걸러내기 위하여.
우리 풍속엔 한 여름철엔 성기게 짠 짚신을 장만하여 원행을 한다.
왜 ? 혹 내 발에 밟혀 죽을 미물이 있을까 봐.
우리네 어머니들은 더운 물을 수채구멍에 버릴 때, 더운물 나간다며 외친 후 버렸다.
수채구멍에 있던 생물들이 미리 피할 시간을 주기 위하여.
우리 어렸을 때만 하여도 소풍을 가서 먹기 전엔 꼭 음식을 떼서 주변에 던진 후 먹었다.
그 떼낸 음식은 주변에 있는 벌레, 새들의 먹이가 된다.
자연스럽게 모두 함께 생명을 북돋고 나누는 셈이다.
늦가을 넘어 감나무 가지에 남겨진 까치밥 역시 매한가지다.

그런데 지금은 고기가 공.산.품과 하등 다름없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 양만큼 동물들의 한과 고통은 하늘을 찌른다.
두렵다.
난 정말 두렵다.
인간들의 악행이.

이치가 이러하니 채식 또한 마냥 탐할 노릇이 아니다.
그저 몸이 축나지 않고 내 정신을 바로 차릴 정도면 족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채식이 좋다고 아침 저녁으로 녹즙 짜 먹고, 산속에 헛개나무 전부 작살 내고, 느릎나무, 오가피나무 전부 씨를 말리고들 있다.
예전 뱀술 팔던 그 정경이 이곳엔 최근 초란이니, 헛개비니 하는 장면으로 바뀌었을 뿐 그 양자의 차이를 난 크게 못 느끼겠다.

요는 죽는 날까지 남의 생명을 축내 내 생명을 기르고 있음이니,
늘 삼가 분수를 지켜야 하겠다.
이러하니 필경 소식(小食)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내 구태여 채식, 소식의 공덕(功德)을 논하지는 않겠다.
그러하면 이 또한 다른 욕심을 빗껴 보탠 것과 하등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단식은 그 자체 가치보다 요즘은 목적지향적인 행위 도구로 전락하여 제법 씁쓸한 말이다.
정치적으로, 다이어트를 위해, 질병을 위해, 기도를 위해...
하니 내 이번 글엔 차한부재(此限不在).

윤동주는 이리 부끄러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개를 기르는 것 또한 폭력적인 행동이다."란 소농자님의 가르침이 새벽 산사의 목탁소리처럼 또또르륵 가슴을 두드린다. 귀한 말씀에 맘이 시리다.
추천
이름아이콘 happy
2006-06-15 20:20
회원사진
글솜씨가 출중하시어여. 내용도 새삼 ...
   
이름아이콘 앵두
2006-06-16 09:54
감사합니다^^ 이렇게 와주시구 기분이 너무 좋네요. 자주오셔서 좋은글 남겨주세요.
그리고 정말 글솜씨가 출중하시네요. 와아^0^
   
이름아이콘 채식과사랑
2006-06-16 15:37
묘향산님, 마음에 여백이 생기는 글 감사합니다.
더운물 나간다고 외치고 물을 버리셨다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대목을 보니 왜 눈물이 나려는지..
이제.. 소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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