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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고서
작성자 생채협
작성일 2008-06-10 (화) 15:47
홈페이지 http://bevege.or.kr
ㆍ추천: 0  ㆍ조회: 3052    
ㆍIP: 58.xxx.174
[채식주의자들의 '이유있는' 외침] '그린 필드'의 '붉은' 아우성
[채식주의자들의 '이유있는' 외침] '그린 필드'의 '붉은' 아우성
"채식주의가 사람과 지구를 살린다"
"소잡는 모습에 충격 '기름기' 뺄수록 삶은 더욱 윤택해져"
가축사육이 환경파괴·기아문제의 원인
개인의 밥상 변화에서 식탁혁명 운동으로
육류 대신 콩고기나 밀고기
설탕 등 가공식품·젓갈류도 'NO'
교사·의사·건축가·주부 …채식주의 인구 갈수록 늘어

 
이글이글 익어가는 삼겹살. 매캐한 연기 속에 회를 동하게 하는 먹장어의 유혹.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 온다는 가을전어의 고소함. 베어무는 소리조차 감미롭게 바삭바삭 튀긴 닭. 여기에다 쏴~한 소주 한 잔이 곁들여진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냥 침이 고일 수밖에. 켜켜이 내려앉은 하루의 피로를 푸는데 이만한 걸 어디서 찾을라고.

근데 이런 즐거움(?)을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더 나아가 그냥 '나몰라라'가 아니라 정색을 한 채 그건 절대 즐거움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름하여 채식가들. 아직은 이 땅에서 소수. 그들이 이제 당당히 세상 앞에 나섰다. 그동안의 채식활동이 종교적인 이유, 개인의 신념 또는 건강을 위한 제 한 몸 챙기기에 머물렀다면 지금에 와서는 사회담론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한 걸음을 더 내딛자면 채식은 사회변혁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생활 변화만으로 이 모순투성이의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대체 무슨 근거로 채식가들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동안 이런저런 설익은 이념에 하도 치인 터라 무지렁이들은 긴가민가하기 마련. 어쩌면 또 한 무리의 얼치기일 수도 있지. 혹세무민하는 부류일 지도 모르지.

하지만 채식가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금부터라도 '식탁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날로 심해지는 환경위기에서 지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인간성 회복은 멀고 멀기만 하다는 것을.


# 고기 안 먹는다고 죽지 않습니다

 
  채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부산경남 모임 회원들이 서면의 한 채식뷔페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 3일 서면 영광도서에서 한 행사가 열렸다. '지구의 미래를 위한 대안적인 삶'이란 주제의 채식세미나.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가 주최했다. 매년 10월 1일 돌아오는 '세계 채식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3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한 일부는 되돌아갔다. 많아야 200명 정도를 생각했던 주최 측도 놀라고 말았다.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는 지난 1995년 부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채식심포지엄인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 개최를 계기로 발족한 전국적인 조직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은 2003년부터다.

서면의 한 채식뷔페.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의 부산경남 모임을 찾아갔다. 뭘 하는 사람들일까. 아무래도 수행을 하거나 세상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일 터. 섣부른 추측은 깨끗이 빗나갔다. 치과의사 교사 법원직원 작곡가 주부 건축가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푸른 눈의 외국인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육식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느냐는 점. 산 속에서 홀로 살지 않는 다음에야 모임문화가 발달한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배겨날 수 있을까 싶었다.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거의 지장이 없다는. 처음에는 채식을 이해못하는 직원들 때문에 곤란한 경우를 당하나 나중에는 알아서 배려를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체력적인 문제.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해야 영양불균형이 생기지 않고 스태미너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 회원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고개를 흔든다. 채식을 하기 전이나 이후나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채식예찬을 한다.


# 고기는 동물의 시체

 
  콩고기 탕수육
회원들이 채식가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여러가지다.

건축일을 하는 손옥수(여·33) 씨는 7년 전 책을 읽던 중 '고기는 음식이 아니라 동물 시체'라는 문구에 충격을 받은 뒤 고기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법원직원인 김고중(40) 씨는 명상을 하다 채식의 길로 들어선 경우다. 치과의사인 이영선(여·40) 씨는 육식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원인이라는 생각에서 학생 때부터 채식에 들어갔다. 딸 둘을 두고 있는 이 씨는 아이들에게 일절 육식을 못하게 한다. 학교급식에 고기요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동물을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급식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고기반찬을 내 놓은 것은 위선"이라는 논리다. 도살장에서 소나 돼지, 닭을 잡는 광경을 직접 본 뒤 받은 충격으로 인해 채식으로 돌아서는 사람도 있다.

 
  콩불고기
서면에서 채식뷔페를 경영하는 이경호(56) 사장의 채식입문은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이 사장은 10여 년 전 육고기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다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에 업종을 바꿨다. 이제 이 사장은 열렬한 채식가가 됐다. 그건 불판에서의 중금속 노출이나 저질 숯불의 유해성 등 그가 고기집을 하면서 겪었던 안 좋았던 경험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부산외대 교수로 재직 중인 미국인 이안 하이츠 씨의 채식동기는 더 복잡하다. 이안 교수는 미국이 안정적인 육고기 수급을 위해 친미 중남미 국가에 곡물용 사료 재배와 소를 사육토록 하고 용병을 고용해 이에 반발한 농민들을 진압했다는 실상을 알고서는 육식을 멀리했다. 자신이 먹는 햄버거 고기가 중남미 국가 농민들의 희생 위에서 나온 것임을 직시한 때문이다.


# 윤택한 삶을 추구한다

 
  뷔페에서 음식을 담는 회원들
채식가들이 말하는 채식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 몸도 가벼워지며 살 찔 염려가 없다는 자랑도 나왔다.

이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 삐딱한 시선으로 대하기 일쑤다. 심하면 채식 자체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수도 있다.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부모나 배우자의 배려가 없으면 올바른 채식생활을 하기가 힘들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회원 대다수는 가족 모두가 채식을 하고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해를 해주는 편이다. 또 채식가들은 대개 동호회에 가입한다. 혼자서는 경험이나 자료부족 등으로 인해 내실있는 활동을 하기 힘든 이유에서다. 이들의 식단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위주로 짜여진다. 가공 정제한 음식이나 설탕은 가급적 먹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김치에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는다. 국은 다시마나 표고버섯 등으로 맛을 낸다. 채소가 입맛에 맞지 않는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는 육식을 대신할 수 있는 콩고기나 밀고기를 사용한다.

채식가들은 대체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당연할 듯 싶다. 독한 술에 채소를 안주삼아 들이켤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회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술은 마시지 않지만 노래방까지 따라가 분위기를 맞추기도 한다. 그 나름대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인 셈이다.

일부 회원들은 상대의 배려를 바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채식을 알린다. 이전에는 '제발 이상한 눈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는 태도였으나 요즘엔 그 반대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당당해졌다. 고기를 뺀 채식을 시키는 일은 작지만 사회성을 가지고 있으며 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존재만이라도 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손옥수 씨는 요즘 채식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채식에 대한 주변의 인식을 바꿔보자는 생각에서다. 손 씨는 기회가 된다면 방송 쪽에 테이프를 보내볼 생각이다.


# 채식이 사회를 바꾼다

 
  각종 채식 제품들.
최근 채식가들은 과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인의 밥상을 바꾸는 데서 벗어나 사회적 운동으로 활성화해보자는 취지에서다. 그 밑바탕에는 육식이 지구환경 파괴와 전 세계 기아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근거는 이렇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발생은 저개발국가의 가축사육으로 인한 산림파괴에서 비롯되며 메탄가스는 짐승의 분비물 등에 의해 생긴다. 결국 보다 많은 육고기 생산을 위해서는 산림을 벤 뒤 초지를 조성해야 하며 그 곳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분비물은 메탄가스를 만들어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또 일부 선진국에 육고기 공급을 위해 저개발국 토지에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대신 사료용 곡물을 재배하다 보니 정작 그 땅의 사람들은 식량 부족으로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게 된다는 분석도 한다. 이 같은 시각은 살아 있는 동물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식의 소박한 초기 채식운동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채식가들의 고민은 채식운동이 사회변혁 기능을 하기에는 아직까지 동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채식은 개인의 기호라는 인식이 강한 까닭이다. 이에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는 각급 학교나 보건소 등에서의 강의를 통해 채식운동의 뿌리를 내리는 일들을 하는 중이다.

회원 고용석(44) 씨는 "예컨대 햄버거나 소시지 등 아이들이 즐겨먹는 고기제품의 형태는 과자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생명체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채식교육을 통해 깨어 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는 채식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부산에 채식문화원을 열 계획이다. 채식관련 상설 기관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워지는 것이다. 이곳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채식교육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근데 이론이야 그렇다하더라도 채식이 과연 사회변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주저없이 답이 나왔다. "채식은 인간성 회복을 위한 출발점입니다. 최소한 출발은 해봐야죠. 10년 안에 우리나라 채식비율이 육식을 앞지를 것으로 확신합니다."


채식주의자도 좋지만…

- 동물성은 입도 안 대는 '극단주의'

- 악성 빈혈·면역력 약화 우려

채식은 말 그대로 육식을 하지 않는 식사습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비건'과 우유나 치즈는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 계란섭취까지는 허용하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이 있다. 생선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도 있다.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는 부산의 채식 인구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채식가들은 부산의 발달된 회문화가 채식인구 확산을 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10년 전만 해도 부산에는 서너 개의 채식뷔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면의 '웰빙남새뷔페' 단 한 곳뿐이다. 그나마 환자나 채식동호인 외에는 찾는 이가 드물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뷔페에서는 콩으로 만든 콩불고기, 콩가스, 밀을 주재료로 한 밀고기, 두계장(콩을 사용한 육계장 대용품), 채식추어탕 등 50여 가지를 내놓고 있다. 콩고기 콩햄 등은 대형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베지푸드'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이들 제품을 생산한다. 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하면 다소 비싸다.

일반인들이 채식을 하는데 주저하는 부분은 건강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비타민 등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이에 대해 채식가들은 채식이 육식보다 더 많은 영양소를 공급한다며 걱정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반면 전문가들의 견해는 좀 다르다. 인체에 충분한 동물성 단백질이 공급되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락토 베지테리언이나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은 섭취하는 단백질의 질이 낮아도 콩 등을 같이 먹음으로써 상보작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건의 경우에는 동물성 식품에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이나 비타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악성빈혈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은 채식만을 하게 되면 면역성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입력: 2007.10.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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