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석 대표는 제주출신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채식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부산지역에서 채식운동을 적극 주도했고 2005년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를 정식 발족시켜 대표를 맡고 있다. 올 1월초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채식정보를 제공하고 채식자료를 발간하는 상설교육기관인 채식문화원도 개원해 운영 중에 있다. 고 대표가 <제주의소리>에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의 당위성을 일깨우게 하는 기고문을 보내와 소개한다. <편집자>

▲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인간이란 놀라운 동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백만 마리의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키워왔고 또한 그렇게 키운 가축을 죽여서 먹는다. 미국에서만 칠면조와 닭 돼지 소가 하루에 90억 마리 도살된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호르몬제 살충제 스테로이드 항생제뿐만 아니라 그 동물이 느꼈을 분노 슬픔 두려움까지 함께 먹는 것이다.

당연히 암 심장병 고혈압 비만 등 육식으로 인한 병들에 걸려  인간 역시 수백만 명씩 죽고 있다. 게다가 병들의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해 동물들을 실험용으로 수백 마리씩 고문하고 죽인다. 놀라운 것은 지방에 대한 선호가  곡물로 가축을 사육케 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농경관습과 식품분배유형을 왜곡하고 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2008년 현재 ８억 6200만 명의 사람들이 기근과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음에도  세계 곡물의 36%, 콩 생산의 74%가 가축을 키우는데 사용된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수입하는 옥수수, 콩, 밀 등 곡물 1천400만t의 70%가 사료용이다. 또한 공장식 사육환경은 최소의 경비로 도살할 동물을 대량으로 사육하도록 고안되어 동물들은 비좁은 축사에서 제 모습을 잃은 채 오직 살코기로 바꾸기 위한 기계처럼 취급되고 있다.

생명체는 오직 시장의 기준으로만 평가되는 조작 가능한 물질로 변형 된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조류독감, 광우병 등의 전염병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밥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구조이다. 인류의 소비패턴에 대한 근본적 자성이 없다면 여기에 무슨 평화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2006년 유엔은 가축 사육이 지구온난화는 말할 것도 없고 토양의 황폐와 대기오염 수자원고갈 및 수질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등의 중대한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기후 예측모델보다 훨씬 빠르고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는  온난화에  관해서는 이제 지난밤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었는가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축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18%를 차지하여 자동차나 항공기 열차, 선박 등  전세계의 모든 교통수단의 탄소배출량 비중(13.5%)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9%와  메탄의 37% 아산화질소는 65%가 가축사육에서 발생하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아산화질소는 295배나 강한 온실가스이다. 축산업은 지구산성화등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의 65%를 배출하고 영구목초지와 전 지구경작지의 33퍼센트를 포함하는 지구전체 표면적의 30퍼센트를 사용하며 현재  전 대륙에서 진행 중인 토지부식 및 사막화 확산의 주범이며 지구표면의 담수를 고갈시키는 직접적 원인이다.

유엔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가축을 키우고 사료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파괴되고 있다고 추산하는데 이는 1분마다 축구장 여덟개 넓이의 열대우림이 불태워지고 그 속에 살고 있는 5만종의 생물이 해마다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2억8천400만t인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오는 2050년경에는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의 환경정책이 축산의 폐해를 최소한 현재수준의 절반으로 줄이는 데 최우선적인 초점을 두도록 강력하게 촉구한다.

하나 시장이나 정부가 움직이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정치지도자의 희생과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수방관만 할 수도 없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모범사례라 할수 있다. 개인과 시민단체등의 자발적인 참여로 자치단체와 정부를 끌어당기며 우리나라 최초로 친환경급식이 이루어졌고, 친환경급식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는 등 로컬푸드 운동(지역음식 소비운동)의  선구자적 지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 위원회의 파차우리 의장도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가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자전거를 타고 검소한 소비를 촉구하는 소비패턴의 변화를 강조했다. 소비패턴을 통한 접근은 개개인이 시장과 정부를  견인하면서 바로 실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임계점을 생성하는 강력한 밑거름이 된다.

그것은  소위 백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 명명된 관찰실험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무인도의 한 무리의 원숭이들 중 젊은 하나가 흐르는 물에 흙이 묻은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고 다른 원숭이들이 이를 따라하며 급기야 ‘씻어먹는’행위가 새로운 행동양식으로 확산됐다. 그 숫자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자 불가사의하게도 접촉이 불가능한 내륙의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는데, 모든 것이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듯이 개인의 실천이 유형의 장을 형성하고 그것이 쌓여 임계량(100마리째)에 달하면 그 행동은 그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공명하고 확산되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는 가설로 셜드레이크 법칙이라 불러진다.

만물의 관계성과 과소평가되기 쉬운 개인적 차원의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90년을 전후하여 발생한 동유럽의 정치혁명이나 흡연율의 극적인 감소가 그 역사적 사례라 하겠다.

채식은 밥상에서부터 지구와 환경 생명과 건강을 생각하는 깨어있는 소비패턴이다. 소비자가 밥상의 메뉴를 바꾸고 대안적인 물품을 구입하는 것은 지구온난화 및 환경문제도 제어할 뿐 아니라 생산자와 정부에 메시지를 던지는 일종의 투표행위이다.

깨어있는 소비란 첫째 투명성을 원칙으로 삼는다. 맛과 가격에 대한 고려에서 더 나아가 음식이 어떻게 오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과 맥락을 자각해야 한다. 둘째는 공정성이다. 비용이 어느 한쪽에 일방적이면 안된다. 각종 화석연료 제품이나 육류제품은 시장가격에 환경이나 건강 등의 간접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또한 각종 보조금을 고려하면 육식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먹거리이다.

셋째는 생명존중으로 육류생산의 주대상이 상품이 아닌 생명이란 점이다. 동물에 관한 한 인간은 이중적이다. 소위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면서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에 가하는 자신의 행위를 깨닫지 못한다. 넷째는 확장성인데 채식을 통해 우리는 모든 생명체가 하나임을 자각하게 될 뿐 아니라 채식은 다른 지혜로운 소비행위를 창조하는 일종의 가늠자가 된다는 것이다.

진보의 개념이 사람마다 상이하더라도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극복해온 인류의 역사는 뭐라 해도 진보의 과정이다. 이제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밥상위의 선택은  종차별이란 새로운 과제와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의의 중심에 서있다. 그것은 인간과 식품, 지구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하는 하나의 역사적 혁명의 순간일 뿐 아니라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환경위기는 병의 증상이지 병자체는 아니다. 자연과 생명을 자신과 별개의 것으로 보는 근본적 오해야말로 병의 근원이다. 채식으로의 전환은  평화를 사랑하고 자비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이며 문화의 전환이다.

우리가 사들이고 먹는 음식에 대해, 단지 맛과 가격에 대한 고려에서 더 나아가 음식이 어떻게 오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과 맥락을 자각하고 깨어있는 선택을 한다면, 먹을거리가 길러지고 준비되는 과정과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총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보존하며 소중한 지구와 그리고 지구가 붙들고 있는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하여 모든 생물의 공존을 이루어 갈 때 비로소 모두가 함께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성취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뜻에서 채식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크고도 쉬운 일이다. /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고용석, www.bevege.or.kr   <제주의소리>

<고용석>
1995년 국내최초의 채식관련 국제심포지옴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 기획
1999년 국제채식연맹(IVU) 대표하여 세계 NGO대회 참가
2003년 한,미 채식리더 상호초청 강연 
2005년 (현)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2007년 국내 최초의 채식교육 상설기관인 ‘한국채식문화원’설립
2008년 (현)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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