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채식주의자’를 찾아 봤다.  ‘식물성 음식을 주로 먹지만 고기류도 함께 먹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채식주의자는 ‘동물성 고기류를 먹지 않을 뿐 아니라, 동물성 제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더욱 적극적 의미의 채식주의자를 정의하는 이가 있다. 제주출신인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다.

최근 강연차 제주를 방문한 고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25일 오후 만났다.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의 원초적 질문부터 ‘채식과 웰빙’, ‘채식과 환경’ 등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눴다.

▲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부산에서 활동중인 고 대표는 제주출신으로서 우리나라 채식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생명운동가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채식주의자보다 유연한 식생활을 한다고 해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불리는 일반적 의미의 채식주의자들은 육식보다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의 음식 취향이나 영양학적 이유로 식단(食單)에서 육류와 해산물 메뉴를 완전히 빼 버리진 않는다. 그러나 고용석 대표는 일체의 동물성 식단을 식단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전반에 사용되는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채식주의자라고 일축한다.

# "제주는 로컬푸드운동 선구자적 지역...친환경, 안전 먹을거리 성지"

그는 제주도를 음식에 관한한, 먹을거리에 관한한  하나의 성지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제주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친환경급식이 이루어졌고, 친환경급식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는, 로컬푸드운동(지역음식 소비운동)의 선구자적 지역이기 때문이란다. 

고 대표는 “콩 1인분을 생산하면 그 콩을 한사람이 먹을 수 있지만 동물성 고기 일인분을 생산해내려면 콩 22인분이 사료로 소모된다”며 “육식은 생명과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식량위기, 자원고갈, 물부족, 토지사막화, 기아문제 등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면서 채식 식습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 고용석 생채협 대표는 밥상이 바뀌면 세상과 인간이 바뀐다고 자신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왜, 채식을 해야 하나?’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답했다. 식품의 안정성과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온난화.물부족.사막화.기아문제 등의 주원인이 인간의 육식 식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첫 번째로 식품의 안전성과 관련 “우리가 섭취하는 동물성 고기식품들은 독소 복합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밥상 음식에 대해 ‘맛’과 고려하기 때문에 그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음식의 생산 과정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고 대표는 “소비자들이 먹고 있는 소.돼지 등 대부분의 고기들이 푸른 들판에서 풀을 뜯는 목가적 풍경에서 생산돼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고기를 ‘찍어내는’ 것 같은 공장식 사육환경에서 생산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소나 돼지 등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지 않고 단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비생명적인 공장식 사육환경에서 비육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이 경우 생명의 본질은 사라지고 극단의 효율과 이윤추구만이 고려대상이 된다”고 꼬집었다.

고 대표는 이와 관련 세계적 아이스크림회사 ‘베스킨 라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였지만 막대한 부와 명예를 뿌리치고 환경운동가로 활약 중인 ‘존 라빈스’의 저서 <음식혁명>을 읽어볼 것도 권했다.

# "인간의 육식 식습관이 세계 대재앙 불러와...소고기 1인분 생산에 곡물 22인분 소모"

그는 “공장식 환경에서 사육된 닭은 90%가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 암에 걸려있고, 돼지는 80%가 폐렴을 앓는다는 것이 존 로빈스의 주장”이라며 “채식이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지구 온난화, 물부족, 토지 사막화, 기아문제, 인수(人獸)전염병 등의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대재앙들이 모두 인간의 육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만 하더라도 전세계 온실가스의 18%가 220억 마리의 가축으로부터 나오고, 아마존 지역과 같은 열대우림 70%가 축산단지 조성을 위해 사라지고 있다. 기아문제도 마찬가지다. 소고기 1인분 생산을 위해 콩과 같은 곡물 22인분을 소모해야 하는 상황인데 육식용 가축을 기르지 않으면 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제시했다.

고 대표에게 ‘채식’과 ‘웰빙’이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그는 “흔히 채식하는 삶을 웰빙하는 삶으로 오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둘은 차이가 있다”면서 “웰빙은 이른바 잘먹고 잘 사는 여유와 안정을 추구하지만 이것은 자기 자신한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채식은 밥상을 통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은 물론 뭇 생명, 지구를 생각하는 철저한 이타(利他)정신이 깃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용석 생채협 대표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고 대표는 환경운동가들의 적극적인 채식 필요성도 주문했다. 그는 “외국의 환경운동가들이 대부분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환경운동가들은 아직 채식을 실천하는 운동가들이 드물다”면서 “지난 1995년 부산에서 채식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개최했을 당시에도 모 언론이 ‘국내 최초의 급진적 환경운동 도입’이라고 채식운동을 표현했을 만큼 환경운동가들의 실천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광우병 '촛불민심',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시민의식 변화" 긍정 평가

고 대표는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문으로 인한 촛불민심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민심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자각적인 시민의식 변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 했다.

고 대표는 ‘밥상의 변화’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밥상을 바꾸는 것이 세상과 우리 모두를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채식은 단순한 먹을거리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을 의미 있는 존재, 책임 있는 존재로 바뀌게 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제주출신으로 현재 부산지역에서 우리나라 채식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우리나라의 채식운동을 주도해왔고 2005년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를 정식 발족시켜 를 맡고 있다. 올 1월초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채식정보를 제공하고 채식자료를 발간하는 상설교육기관인 채식문화원을 개원해 안동에 거주하는 채식운동가 김용수 변호사와 공동운영 중에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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