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조선일보]채식주의자가 보는 온난화대책
입력 : 2009.02.25 21:54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의 기후관측에 따르면 온난화의 지표가 되는 북극 빙하 가 2012년이면 모두 녹을 수 있다고 한다. 영구 동토층의 해빙과 함께 단기간 내에 기온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도 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활동이 가장 큰 원인이며 이로 인해 1년에 5만5000종의 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런 위험은 향후 1~2년 안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게 기후과학자들의 경고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전 인류의 사명이다. 최근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실천위원회를 발족시킨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전문가나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 근본적인 소비패턴의 전환이란 측면에서 채식을 제안해 본다. 필요를 넘어 탐욕에 가까운 소비패턴은 행복의 보장은 물론 경제위기를 야기할 뿐 아니라 자원고갈과 환경파괴의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 근본원인에 자연과 생명을 자신과 별개로 보는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그 정점에 생명을 상품화하고 소비하는 육식문화가 존재한다. 채식은 밥상에서 이웃과 생명 환경을 생각하는 깨어 있는 소비패턴이며 채식으로의 전환은 사고방식 즉, 문화의 전환이다.

유엔은 육류생산과 소비가 삼림파괴, 지구온난화 및 대기와 수질오염 사막화와 생물다양성 파괴의 중대한 원인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육류생산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방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이는 전 세계 자동차·비행기·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13.5%보다 훨씬 크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가축사육과 가축사료를 위해 불태워졌다.

세계야생기금(WWF)이 선정한 825곳의 주요 생태지역 가운데 306곳이 가축사육으로 파괴되었다. 지구 육지의 30%가 축산용이고, 전 세계가 생산한 콩의 90%, 곡물의 3분의 1은 사료로 쓰인다. 연간 550억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도살된다. 이런 이유로 채식은 밥상에서 온난화를 제어할 뿐 아니라 환경문제를 총체적으로 변화시킨다. 각종 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보존한다.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하여 모든 생물의 공존을 추구할 때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능한 법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5%가 채식을 온난화 대책 실천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최근 보고서도 헥타르당 인구부양 능력을 비교하면 돼지고기 1.3명, 소고기 0.3명에 비해 고구마는 26명, 쌀은 20명에 달한다며 매년 경작지가 줄어들고 곡물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식량 위기에 대한 방안으로 채식주의자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견해를 내고 있다. 채식은 국민 개개인이 당장에 실천할 수 있고 정부와 시장의 온난화 대책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